보트피플
아 하고 하품을 하고 나면, 늘 그랬듯 잠이 몰려온다. 보트 두 척이 물에 나가 있지만, 나는 엎드린다. 모르겠다. 팔 사이에
고개를 묻는다. 사장이 보면 곤란한데, 이럴 때 북극의 빙산이라도 녹았으면 좋겠다, 그런 심정이다. 홍수가 나면, 유원지의
직원 하나쯤 자든 어쩌든 신경도 안 쓰겠지. 녹는다, 녹는다, 녹는다. 아, 아, 자고 싶어요. 그대로 엎드려, 나는 쥐 죽은 듯
눈을 감는다. 저는 쥡니다. 죽었습니다.
오후 네 시다. 눈을 감아도 알 수 있다. 자 활기찬 오후, 어쩌구 저쩌구 시간 같은 건 라디오가 떠들어준다. 대개 라디오는
하루 종일 틀어둔다.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무료하고, 무료하고, 또 무료하니까. 처음엔 젠장 우주에 온 것 같았으니까,
뭐 그래서 라디오는 내 친구 어쩌구 하는 시그널에도 대략 수긍을 하는 입장이다. 그런 편이다. 다시 잠이 몰려온다. 빙산
여러분 잘 녹고 있습니까? 믿고, 저는 자겠습니다.
눈을 뜬다.
이봐, 소리가 빙산이 녹는 물처럼 귓속으로 흘러든다. 아무도 없어? 있어. 있다니까. 침을 닦고 나는 일어선다. 예이 예.
달려나간다. 기우뚱, 선착장에 다가선 보트를 잡아끈다. 밧줄을 당겨, 묶는다. 사십 대의 남자가 내리고, 이어 여자가 내린다.
매듭을 확인하고 돌아서니 이미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벗어던진 두 벌의 구명조끼까지 금이 간 오리 알처럼 떨어져 있다.
나는 담배를 꺼내 문다. 오리의 앞가슴 털 같은 연기가, 보풀보풀 피어오른다. 그런데 또 한 척은? 보이지 않는다.
언뜻-정말 없다. 사라졌다 했는데 저런, 그야말로 원경(遠景)에, 부시고 흰<깃>처럼 떨어져 있다. 반짝, 했다. 대략 난감한
거리다. 지구 밖으로 그냥 떨어져버리세요. 연기를 뱉으며 나는 악담을 한다. 그래서 요금은 선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보트라고는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오리배>다. 오리배를 타고 저토록 멀리 나가는 인간의
심보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꼭 저런 인간이 있다. 이건 엔터프라이즈가 아니라 오리배야 오리배, 마음 같아선
머리통을 몇 번 물속에 넣었다 뺐다 하고 싶지만, 참는다. 대신 나는, 호루라기를 꺼내 분다. 삐익 삐이이익~ 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정말, 원자력인가?
유원지라고는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저수지>다. 내가 볼 땐, 그렇다. 유원지의 근거를 들라치면 열세 척의 오리배와
경품크레인, 게다가 고장 난 두더지잡기가 있다. 그것이 전부다. 경품크레인 속에는 바퀴가 돌아다니고, 올라오는 두더지의
머리는 하나뿐이다. 뿅 쿵딱 뿅 쿵딱. 행여 모르고 그걸 두들기다보면, 누구라도 바보가 된 기분이 든다. 꼴에 두더지는
윙크까지 하고 있다. 처음에 모르고 오 분 동안 그 짓을 했다. 뿅 쿵딱 뿅 쿵딱. 인생에서 가장 심란했던 오 분이었다.
버젓이 연천유원지(緣川遊園地)란 간판을 내건 사장도 심란한 인물이다. 어중간한 무역업체를 운영하다 사업을 정리했고,
남은 돈으로 이 유원지를 인수했다. 대략 망했다는 얘기, 되겠다. 문제는 부인과 딸이다. LA에 있다고 한다. 어쩌죠? 당분간은
뭐, 라고는 해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내가 오기 전까지는, 보트 사무실에 딸린 방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심야전기를 사용하는
크고 적막한 방이다. 방의, 거울의 모서리에는 딸이 보낸 영문의 성탄카드가 펼친 채로 꽂혀 있다. 알 러뷰 대디. 그리고
윙크를 하는 딸의 사진이 카드 한복판에 붙어 있다. 따님이신가요? 응, 으응. 사장의 딸은 거의 두더지라고 해도 좋을
얼굴이었다. 여자를 보고 그렇게 가슴이 뿅 쿵딱 뿅 쿵딱 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